술에 취해 떠들썩한 민원인 몰아낸 공무원 대법원 정당한 공무집행
1·2심 판단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한 조선일보 김민정 기자 입력 2022.04.13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술을 마시고 시청 민원으로 소란을 일으킨 민원인을 내쫓은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떠드는 민원인을 제지하는 것도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해당한다고 봤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62)는 술에 취해 통영시청 주민생활복지과를 찾아 휴대전화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는 등 소란을 피우다 공무원들에게 쫓겨났다.
공무원이 A씨를 제지하며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A씨는 공무원 2명에게 욕을 하고 웃옷을 찢었다.
또 청사 후문 앞에서 공무원의 멱살을 잡고 수차례 흔들고 A씨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휘둘러 공무원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재판에서는 주민생활복지과 공무원의 퇴거 조치가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A씨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씨가 시청 공무원에게 욕설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하는 것”이라며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 맞서 폭행이나 협박을 가했더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를 제지하고 손목을 잡아당겨 퇴거시킨 시청 공무원의 행위가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A씨의 폭행죄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공무원은 사회보장급여 신청 등을 담당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밖에 청사 방호 및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A씨의 손목을 잡아당기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퇴거시킨 행위가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췄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소란을 피우는 A씨를 퇴거시키는 등의 후속 조치가 공무원의 직무권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오늘날 관공서에서 음주소란행위 등으로 담당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방해하고 이를 제지하는 담당공무원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소동을 일으키는 민원인을 제지하거나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행위도 민원담당공무원 직무에 따른 행위로 파악하는 것이 상당해 직무권한 범위 밖의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공무집행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