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의 원동력은 그냥 있을 수 없는 성격 <브로커>로 돌아온 강동원의 연기론

YG엔터테인먼트 팬데믹 이후 모든 영화인들의 관심은 극장가가 마주할 미래에 쏠렸다.

OTT 플랫폼의 부흥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길이 끊긴 2년간의 극장가. 누군가는 영화관람 체제의 변화와 함께 극장의 몰락을 예상했고, 누군가는 하루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극장이 다시 관객들로 가득 찰 날을 기대했다.

2년간의 거리두기가 끝난 지 약 한 달이 지난 이 시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범죄도시2>를 필두로 극장가는 서서히 부활하고 있으며, 5월 칸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던 <브로커>의 개봉일이 다가왔다.

지난 7일 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삼청동의 한 카페에 마련된 자리에는 극장가 부활을 의심 없이 믿어온 영화인 강동원이 있었다.

오랜만의 대면 제작보고회와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바쁜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강동원이지만 그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브로커> 개봉 D-1에도 <편하다>

YG엔터테인먼트

<브로커>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강동원의 얼굴에는 긴장감 대신 편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묻자 강동원은 사실 마음은 편하다.

코로나 이후 극장이 예전처럼 돌아올지 안 올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나는 돌아올 줄 알았던 사람 중 하나였다”며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극장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팬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만큼 관객분들이 극장에서 즐겁게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작은 바람이었다.

애들 왜 돌보지? 단순하지만 당연한 이유

YG엔터테인먼트 <반도>에서도 아역 배우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했던 강동원은 <브로커>에서도 어김없이 아역 배우들의 이정표 역할을 맡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따르면 강동원은 자신의 촬영이 없을 때는 아이를 불러 “이 장면을 잘 연기하면 장난감을 사줄게”와 같은 말로 격려했고, 마지막 촬영일에는 자신의 장면이 없는데도 아이의 장난감을 사서 촬영장을 찾았다고 한다.

문득 장난감의 정체가 궁금해서 묻자 그는 “레고를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피아노 레고를 갖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걸 사줬다”며 아이가 대수롭지 않게 흘린 말까지 기억하는 섬세함을 보였다.

강동원이 아역 배우들을 잘 챙기는 데는 어쩌면 단순하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같은 동료니까요.” 후배 입장에서 촬영에 임했던 경험을 되살려보면 후배들은 “본인의 연기만 신경쓰기도 벅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린 친구들을 돌보기엔 제가 가장 적당한 인물이었어요. 아무래도 제 나이가 너무 크지도, 너무 어리지도 않잖아요. 후배들은 현장에서 본인만 챙기기도 힘들기 때문에 아직 가장 힘이 남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제가 챙겨야 합니다.

아기 우성 역의 지영을 위해서는 딸랑이를 흔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강동원이다.

아이가 너무 착해서 울어야 하는 장면에서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아이 엄마가 빨리 울라고 다그친 적도 있어요. 그러다가 가끔 기분이 나빠져서 울려고 하면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번갈아 딸랑이를 열심히 흔들었어요.”

“동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 인물”

YG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이 연기하는 <브로커> 속 동수는 간혹 순진하긴 해도 놀라는 성격은 전혀 아니다.

그런 동수는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작지만 적극적인 행동(작품을 통해 확인해 보라)을 취하는 의외의 면을 보인다.

강동원에게 이 장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동수는 아마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었던 사람 중 하나였을 거예요. 연기를 위해 보육시설 출신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셰프를 꿈꾸던 친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원장님을 엄마라고 부르곤 했는데 영화를 보다가 그 장면에서 원장님과 손을 꼭 잡고 울었대요. 너무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에게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고 주저 없이 “아니오”라고 답했다.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댓글로 팬분들께 물어봤어요.

경상도에서 자라서 가족에게 표현할 수 없는 분.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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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한 번이라도 강동원을 본 사람이라면 그가 부끄러운 말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은 부모에게 어떤 아이라고 생각할까. 역시 영남에서 자랐기 때문에 원래 표현을 잘 못했어요. 제가 좋은 아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바빠서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이제 나이가 들면 애정표현도 가끔 해요. 예전에는 엄마가 “아들 사랑해”라고 했을 때 나는 “응~”하고 끝이었다면 지금은 “응~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하는 정도?

가족 얘기를 하다 보니 예전에 언니를 언급했던 인터뷰가 생각났다.

“옛날 언니가 이단 옆차기를 해서 유리창에 박혔는데 그때만 그랬고 사이가 좋았다”고 했던 전설의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언니와의 관계를 묻자 강동원은 “사이는 항상 좋다.

이단 옆차기를 맞았을 때 빼고는 늘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의외의 취미, 의외의 실력…될 것 같은 어린 잎

YG엔터테인먼트 지난해 겨울 한 유튜브 채널에 깜짝 등장해 모두를 감탄케 했던 강동원이 가진 의외의 취미는 목공이었다.

목공을 취미로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의외라기보다는 생각보다 전문적인 그의 솜씨에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목공은 15년 정도 된 취미지만 시작한 계기는 간단했다.

예전에 가구를 사러 갔는데 너무 비쌌어요. 누군가 어디 가면 직접 만들 수 있다며 무작정 가서 시작했어요.” 그렇게 만든 가구는 대부분 엄마, 누나 등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줬다고.

도대체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원래 손재주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이래도 나름 공대 출신이고 예전 중학교 때 글라이더 학교 대표였고 전자제품 조립부였고…”라며 귀여운 자랑을 조심스럽게 늘어놓았다.

배우로서 발전한 원동력 ‘2시간만 쉬어도 초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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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의 최근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반도> <인랑> 등 액션 작품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브로커>와 같은 드라마 장르로 구분되는 그의 주연작 <숨겨진 시간>의 개봉 연도는 2016년으로 그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이지만 극 중 동수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힘을 뺀 연기를 한 소감을 묻자 강동원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만큼 편하게 임했다”고 답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장면을 묻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 “캔 포장 장면입니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던 그는 “촬영 시간이 1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한 테이크로 끝났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강동원이 칼을 휘두를 때만 유독 꽃잎이 많이 휘날렸다거나, <검은 사제들> 속 후광이 비쳤다고 생각한 장면이었지만 사실 아무런 조명 효과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등 강동원이 스크린에 등장하면 모든 장면은 필터를 씌운 것처럼 미화되어 ‘집단 기억 조작’이 발생하기도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스포트라이트는 그가 맡은 캐릭터나 영화의 작품성이 아닌 ‘강동원 그 자체’에 집중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강동원이 아닌 다른 인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도의 한정석, 마스터의 김재명, 검은 사제들의 최부재 등. 이번 <브로커> 속 동수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버린 서연(이지은)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에서는 극 중 짧은 대사로만 언급된 그의 어린 시절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했다.

상대 배우들 사이의 배역 자체에서 한층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을 강동원은 의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을까. 이 의문에 대한 강동원의 대답에는 어느덧 20년차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굳힌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책임감과 중압감 때문에 이 장면에서는 이걸 꼭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면 이제는 상대 배우를 더 돋보이게 생각할 여유가 생겼어요. ‘브로커’ 속 관람차에서 서연과 동수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연기할 때도 목표는 단 하나였다.

이지은 씨가 눈물이 흐르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손으로 가려야죠.’ 예전에는 2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영화의 주연을 맡으면 책임감이 너무 중대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런 부담감이 크지 않게 됐습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자책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그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따로 없었지만 어느 순간 이젠 답답해서 집에 있을 수 없다.

그냥 잠깐 나가서 술도 마셔보고 사람들도 만나보자고 생각했고 언제부터인가 그랬어요. 더구나 요즘은 옛날 내가 집에만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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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반도>에서 호흡을 맞춘 연상호 감독은 강동원에 대해 “재미있는 역을 많이 할 수 있는 배우”라며 “너무 잘생겨 캐스팅할 때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가진 게 훨씬 많다는 평가를 남겼다.

이미 지난 20년간 그의 독보적인 비주얼이 대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연기자가 아닌 ‘셀럽티’로서의 길을 걸었다면 치열함 대신 여유를 벗 삼아 충분히 편안한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강동원이지만, 그는 다양한 장르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연기자로서의 그릇을 넓혀가는 중이다.

강동원이 묵묵히 연기자로서 길을 걸으며 발전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며칠 전(6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생일이라 같이 밥을 먹었는데 이틀 쉬니 너무 좋다.

너무 좋은데 일을 안 하고 쉬는 게 이틀째가 되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전까지 너무 바빠서 거의 쓰러질 뻔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저는 감독님께 저는 2시간만 쉬어도 짜증이 납니다. 저는 원래 가만히 있는 게 싫어서 계속 뭔가를 해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오신 것 같아요.”

씨네플레이 문혜준 기자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어린이집 출신의.movie.naver.com